지난 달 25일 KBS 1TV ‘도올학당 수다승철’에서 ‘죽음과 삶’을 주제로 토크 강의가 있었나보다. 평소에 TV를 거의 보지 않다보니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도 모르다가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이 날의 토크가 문제가 되었다는 국민일보 기사를 보게 되었다. 이프로그램에서 이승철은 자신은 크리스천이지만 제사도 지내고 절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것이 부모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 이 발언과 함께 도올의 일부 발언이 이슈가 되서 시청자들 사이에 논쟁을 일으켰고 sns롤 통해 설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의 입장차이 혹은 견해 차이로 인한 의견대립이다.
기사에 나온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도올 김용욱은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죽음을 해결하는 동서양의 방식을 비교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양에서는 하늘과 땅을 같은 기(氣) 차원으로 생각했고, 서양 사람들은 하늘을 땅으로부터 초월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죽어서 혼이 천국으로돌아가서 영원히 살아남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 동양인들은 육신은 죽어서 흙이 되지만 혼은 서서히 사라진다고 믿는다. 혼이 살아있는 시간은 (집안의) 4대까지로 본다. 그래서 자손들이 사당에 위패를 모셔 봉사를 하는 것이고, 역사, 가문 제사 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자손들이 나를 기억해주고 제사를 모셔줄 것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기독교를 믿어도 집에서 제사는 모신다. 구약성경 전체가 제사 문화에 관한 얘기이며, 모든 예배가 제사 문화다.'
이 주장에 대해 그날 방송을 본 기독교인들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주장을 폈다.
'성경에서 말하는 제사(예배와 회개)와 유교의 제사(조상에 복을 빔)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제사 역시 조상들을 모시는 제사와 다르다. 구약의 제사는 우리 죄에 대한 속죄의 제사이지 죽은 자에게 하는 제사가아니다. 성경을 제대로 알고 강의하길 바란다.'
또 '기독교인들도 부모님 기일에 추모예배를 드리며 부모를 공경하는 예를 갖춘다. 다만 유교식으로 하지 않고 기독교식으로 할 뿐이다. 왜 꼭 유교식으로 해야만 효(孝)를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유일신 외에 제사하고 절하는 건 우상을 섬기는 것이라고 성경에 나와 있다. 이승철씨는 신앙인이 아니라 교회 다니는 종교인에 불과하다. 연예인들이 공영방송에서 하는 발언은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크리스천 연예인으로서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
그에반해 비기독교인들은 '부모한테 절하는 게 무슨 우상숭배냐, 제사를 지내고 안 지내고가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인이지만 가족들의 관습을 존중해 제사를 지내는 마음가짐이 아름답다. 내 종교만이 절대이고 진리라고 믿고 우상을 모시지 않는다면서 부모·형제마저 등지는 것이 과연 하느님의 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냐. . '와 같은 논리로 반문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일보 기자는 주영관 목사(너머서교회)가 전하는 기독교의 입장을 기술하였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에서 제사 문제는 늘 첨예한 논쟁거리가 되는 것 같다.
자손이 선조에게 효를 행해야 한다는 것은 양쪽 다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고 절을 하는것이 문제가 된다. 비기독교인은 기독교가 조상에게 제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부모를 공경하지 말라고 해석해서 거부감을 느끼고, 기독교인은 부모를 공경하지만 제사를 하고 절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는다. 그러나 성경도 부모를 업신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독교는 조상이 죽으면 신(神)이 된다고 믿지 않는다. 한국 기독교는 부모 사후에 잘하는 것보다 살아 생전에 더 효도할 것을 강조해왔고, 제사와 절이 아닌 추도예배를 드리는 기독교 가정이 많다. 이 역시 신앙적 전통을 물려주신 부모님을 따라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겠다는 감사와 다짐의 예배다.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조상에게서 복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추도 예배를 하는 것이라면 우상숭배나 다름이 없다. 만약 비기독교인들의 손가락질이 성경 말씀을 따르지 않고 부모를 업신여기는 기독교인을 향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본질을 보지 않고 형식만 주장한다면 결론 없이 갈등만 커질 것이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이런 멘트를 적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사실 나 역시도 5년전 돌아가신 친정 엄마의 장례식 때 장례절차 문제로, 그리고 이후에는 엄마의 제사 문제를 두고 아버지 그리고 비기독교인 형제들과 이런 갈등을 겪었었다.
형제들의 맏이이자,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보니 돌아가신 엄마의 제사는 내몫이어야 했다.
명절 두번을 합해 일년에 3번의 상을 차려야 하는데 교회를 다니면서 제사상 음식을 손수 마련해야하는 것은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제사를 지내는것이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사랑이자 예의라고 생각하는 아버지 뜻을
거역하자니 너무 마음이 아파 차마 거부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믿지않는 다른 형제들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방법도 생각해봤으나 제사때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이동하시는 것도 여의치않고, 다들 직장생활하는 처지이다보니 음식장만을 해오게 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형제들과 의논하여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한것이 3년만
아버지가 제사를 지내도록 준비해드리고 (음식은 십시일반) 그 이후는 각자의 방식대로 집에서 소량의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든 알아서 기일을 챙기고, 올 수 있는 사람은 우리집으로 와서 나, 아버지와 함께 추도예배를 보는것이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돌아가시고나서 우리집에 4년 계시고 1년은 병원에서 투병하시다 한달 하고 보름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가 서운해하거나 섭섭해하지 않으시도록 왜 제사가 필요없는지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납득을 시킨다고 노력은 했지만 아버지가 얼만큼 이해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버지는 알겠다고 대답은 하셨지만 힘없는 말투에서 마지못해 동의 하시는 것 같았다. 딸집에 얹혀사는 입장이다보니 아버지가 많이 섭섭하셨는데도 말을 못하신건 아닌가 싶어 종교문제를 떠나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려올 때가 있다.
여하튼 제사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제사를 중시여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사를 지내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 찾아와 제사음식을 먹고 가고 , 자손들이 잘되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모태신앙이 아니다보니 어릴적 부터 정성스레 제사상을 차리는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을 보며 자라왔기에 그렇게 하는게 당연한줄 알았다. 우리 집안이 대체로 다 부유하게 사는것이 조상을 잘모신 덕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처럼 나도 제사 잘 지내면 복받는 걸로 여기며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교회에 다니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나 죽은 사람에게 절을 하는 것이 금기시 되 는 이유를 알게되었지만
막상 내일로 닥치고보니 처음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그때 당시 내 짧은 신앙생활과 신앙적 지식으로, 집안의 오랜 관습과 고착된 사고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가지는 보편적 믿음을 뒤집기에는 뭔지 모르게 찜짐한 부분이 있었다.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가진것도 첫제사부터 거부하면 아버지가 너무 상심하실 것 같은 마음이 크긴 했지만 어쩌면 예전에 들었던 몇가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에 대한 선입견이 내 안에 조금은 두려움으로 자리잡고 있었던거 같기도하다.
예를들어 , 예전에 어느 박사팀이 제사상을 차리고 실제 조상의 영혼이 와서 먹고 가는지 실험을 했는데 정말 음식의 영양성분이 다 없어졌다느니, 제사상 밑에 쌀 그릇을 넣어두고 제사를 지낸 후 새발자국이 보이면 조상이 새가 된거라느니, 제사상을 못받는 어느 사람의 제사를 가져와 지내줬더니 사업이 불같이 일어났다느니, 역으로 부모 제사상을 안차려줬더니 꿈에 나타나 배고프다며 울거나 괴롭혔다느니. . 등등. .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렇다면 정말 구천을 떠도는 영혼도, 귀신도 있는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제사를 지내는 이유가 단지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면 제사상 없이 추도식 정도로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정성스레 제사를 지내는 기저에는 이 정도 정성을 들여야 감동받은 조상으로 부터 복을 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그 말은 제사를 지내지 않을 경우 안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고 죽은 영혼은 자기 기일에 귀신같이 찾아와
제사 상차림에 따라 감정이 생겨 내 환경을 바꾸기도 하고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예수님 시대에도 귀신들린 자가 있다고 했고, 요즈음도 귀신을 내쫓는 무당이나 퇴마사도 있고 귀신들린 자를 예수님 이름을 선포하며 물리치는 목사님들도 계시는 걸로 보아 귀신은 있나보다. 아니 실제로 믿을만한 어떤 크리스천 두분으로 부터 자기는 어릴 때 부터 가끔 귀신이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그렇다면 정말 영혼이 있다는 얘기이고 제삿날 정말 올 수도 있다는거 아닌가?
생각이 의문의 꼬리를 물고 흘러가던 중 유튜브 어느 간증에서 영안이 열려 제사상에서 뛰노는 잡귀신들을 보았다는 장로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은 일년에 20번이 넘는 제사를 지내는 철저한 유교집안의 장손인데 부인이 교회를 다니는 것을 막으려고 교회에 갔다가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강하게 체험하고 크리스천이 되신 분이다.
그분 본인이 개종한 후 온 집안 사람들을 전도시켜 제사를 폐지하였는데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신다. 그 분이 십수년 전, 어느 시골 동네를 지나다 우연히 열려진 대문사이로 제사를 지내는 집안의 풍경을 보게되었는데 그 때 갑자기 영안이 열려 귀신들이 상위에서 펄떡거리는 것을 보았다는것이다. 그런데 그건 그 집안의 조상이 아니고 잡귀라는 것을 알 수 있었 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떠도는 몹쓸잡귀들을 오히려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행위라고 했다.
듣고보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죽은 나의 부모가 제삿날 와서 제사상 음식이 없다고
날 해코지 한다고? 영혼들이 음식을 못먹어서 자손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한 영혼들은 왜 가만있을까 싶다.
그 논리라면 살인자들은 죽은 피해자들에 대한 앙갚음으로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하거나 쫄딱 망하게 할 수도 있을탠대 말이다.
반대로 조상이 돌봐줘서 잘된다는 논리라면 제사 안지내는 크리스천들은 다 잘못되야하고
제사를 뻑적지근하게 지내는 집안은 대대손손 잘먹고 잘살아야 하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그 관계는 결코 성립되지 않음을 쉽게 알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제사를 지내면 복을 받고 , 지내지 않으면 어떤 해를 당할수도 있다고 여기는 건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상상의 산물아닐까?
그렇다면 부모에 대한 '예'는 어떤가?
제사날에 상을 차리고 절을 하는 게 예의일까, 관습일까?
옛날 사람들은 평소에도 부모에게 절을 했기 때문에 기일에도 절을 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거의 절을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굳이 옛날 방식대로 절을 해야만 부모에게 예의를 표했다고 할 수 있는건가 싶다. 절이라는게 내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공경하고 감사하는 내마음을 표현하는 최고의 행위라고 여길지모르겠지만 형식보다 중요한 건 본질이고 마음이 아닐까한다.
나는 엄마에게 절은 안했지만 엄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어느누구보다도 크고 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엄마의 입관식때 (수목장) 절을 하지않는다고 집안 어른들로 부터 면박 아닌 면박을 듣기도 했다. 부모에게 절 하는게 뭐 어떻다고 그러냐고~ 하나님이 그걸로 혼내시겠냐고.. 믿지않는 사람입장에서는 충분히 말이 되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행위가 마음을 백프로 대변하는건 아니라는 걸 알아줬음 좋겠다.
기독교에서 죽은 사람에게 절을 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것을 우상을 섬기는 일로 여기는 이유는 절을 하는 형식에 있는 건 아니다.
하나님외에 다른 것에 내 안위와 복을 맡긴다는 생각과 태도때문이다. 이는 하나님을 유일신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고 , 우상을 섬기는 행위이다. 정확히 말해 행위 자체를 문제를 삼는게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 관습속에 담긴 행위의 의도 때문에 금지시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사후의 세계를 알 수가 없다. 몇몇 사람들의 임사체험을 듣지만 그것 역시 백프로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믿음대로, 생각대로 추정할 뿐이다.
따지고보면 명확한 증거도 증인도 없으므로 '누가 옳다 , 그르다' 딱히 규정지을 수도 없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제사를 드리거나 절을 하는게 옳지않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내가 하나님을 체험했기 때문에 성경말씀이 맞다고 생각해서이다.
물론 기독교인이라고 모두 다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도 아니고, 믿음의 크기가 다 똑같지는 않기에 도올의 말처럼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있다.
개중에는 믿음의 크기와 상관없이 집안의 풍습을 거스르다가는 분란이 생길 여지가 많아 마지못해 따라가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특히 며느리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나 역시도 3년간 아버지때문에 제사상을 차려드릴 수 밖에 없는 처지였기에 십분 이해가 간다.
그때 나는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 제사상을 차리는 나의 손길이 아니라 아버지 마음을 다치게 하고싶지 않은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어떤 기독교인들은 이런 나의 행동을 보고 신앙을 지키지못하고 타협한다고 흉을 볼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크리스천이 제사를 지내는데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지만 이 문제로 누군가 심하게 마음을 다치는 일이 생긴다면 그 역시도 옳은 태도는 아닌것 같아서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중심이고,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인것 같다. 모두가 다 상황이 다르고 처지가 다르기에 이런 문제는 답도 없고 결론도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가족들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도 신앙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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